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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붉은 고기와 가공육

by sophie02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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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기와 가공육이 발암물질이라고?

20151026일에 세계 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소시지, 햄 등 포함)으로 담배처럼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발암 위험 물질 2A(group 2A)로 분류했다. 이와 같은 분류는 800여 건 이상의 연구논문을 22명의 전문가가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다. 이 이야기가 뉴스를 타고 퍼지면서 소시지, 햄 같은 가공육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일부에선 육류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육류=단백질은 물론 아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일단 적색육 혹은 붉은 고기와 암의 연관성은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대장암 등과 연관성을 시사하는 소견이 나왔다. 2013년에 나온 한 메타 분석에서는 붉은 고기 섭취가 하루 100g씩 증가하면 대장 선종(adenoma, 암은 아니지만, 일부 큰 선종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의 가능성이 36% 증가하고 대장암 가능성은 24%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메타 분석에서도 대장 선종과 붉은 고기 섭취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모호하게 나타났고 전립선암과의 연관성 역시 다소 모호하게 나타났다. 반면 적색육과 위암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도 있었다.

적색육과 가공육은 다른 암과의 연관성도 의심받긴 했지만 주로 연관성이 의심된 것은 대장암이다. 하지만 적색육의 경우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규모 연구에서는 확실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대략 45만 명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에픽(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i Cancer and Nutrition) 연구에서는 적색육과 가공육이 사망률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모든 측정 오차를 보정했을 때는 가공육만 분명한 연관성이 있었다. 적색육과 암 사망률의 연관성은 분명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연구에서 대장암과 적색육의 관계보다는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포화지방 때문인지 아니면 동물 단백질과도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과도한 육류 섭취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사실 고기를 많이 먹을 때 걱정할 부분은 암보다는 심혈관질환이다. 아마도 하루 평균 20~50g 이사의 가공육 섭취가 심혈관질환 증가 및 대장암과 연관성 있어 보이는데, 이는 한국인의 1일 섭취량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현재 단계에서 고기를 아주 좋아해서 주식처럼 먹는 편이 아니라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반면 육류 소비량이 많은 서구 국가에서는 다소 조절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서구에서 발표된 여러 가이드라인은 가공육과 적색육을 가능한 한 적게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발암성 및 심혈관질환과의 위험성에서 더 분명한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가공육(processed meat)이다. 베이컨, , 소시지 등 다양한 육가공품과 대장암의 연관성은 큰 논란의 여지없이 정리되어 있으므로 국제암연구소가 이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제 암 연구소의 공식 발표에서는 가공육을 하루 50g 먹을 때마다 대장암 위험도는 1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 먹으려면 가공육이 주식의 위치에 올라가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예외적으로 가공육을 좋아하는 사람을 빼면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가끔 먹는 가공육이야 별 문제 안 되겠지만, 습관처럼 먹는 것은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가공육이 왜 나쁠까?

 

고온으로 가열하거나 훈제한 육류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HCA(Heterocyclic amines), 벤조피렌(Benzopyrene)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동시에 육가공품에 들어가는 나이트로 사민(nitrosamine)(nitrosamine) 같은 첨가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물질이 다량 포함되는 것이 가공육이 대장암 및 심혈관질환과 더 강한 연관성을 가지는 이유로 생각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PAH, HCA, 벤조피렌은 사실 바비큐나 기타 고온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경우에도 생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숯불구이나 직화구이 방식이 더 잘 생긴다. 이는 바로 고기를 굽고 태우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라이팬에 구우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런 물질이 가장 덜 생성되는 조리 방법은 고기를 태울 염려가 없게 아예 삶거나 오븐에 적당히 굽는 것이다. 고기를 직화로 굽는다면 태우기 전에 먹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실제로 이는 미국 암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설명된 내용이다.

이런 발암 물질 때문에 고기를 먹기 싫어진다면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가공육으로 인한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국제 암 연구소에 의하면 연간 34,000명 수준이다. 반면 매년 100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한다는 것이 국제 암 연구소의 설명이다. 대기 오염의 경우는 약간 수치를 낮게 잡은 것 같지만, 아무튼 우리 주변의 위험 요소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담배나 술을 금지하기도 어렵다. 같은 이유로 사실 더 위험한 게 첨가당이지만 그렇다고 설탕을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이런 이유로 고기를 적게 먹는 고탄수화물 식이조절을 하면 건강에 왜 안 좋은지는 앞서 설명한 대로다. 엉뚱한 비유 같지만, 사실 음식의 선택은 주식이나 자산 투자와 비슷하다. 절대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으면 안 된다.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서 한 가지만 과량 섭취했을 때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동시에 이 방법은 영양 결핍의 위험 역시 가장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계속 강조하지만 고리타분해 보여도 골고루 잘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습관이다.

 
 
 
출처: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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