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잡지를 볼 때나 요즘은 맛집을 평가할 때도 별점이란 걸 준다. 그런데 이 외에도 레스토랑에 별을 붙이는 곳이 있다. 레스토랑 비평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다.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은 곧 세계 최고로 통할 정도로 유행한 책이다.

미슐랭은 우리에게는 영어 발음인 ‘미쉐린’으로 더 친숙한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이다. 「미슐랭 가이드(The Michelin Guide)」는 이 회사에서 매년 발행하는 레스토랑 및 관광 안내서를 말한다. 그런데 왜 다른 곳도 아닌 타이어 회사에서 레스토랑 비평 잡지를 만드는 걸까? 사실은 레스토랑 비평이 아니라 운전자를 위한 여행안내서였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에 창간됐는데, 이때는 주유소나 정비소 위치 같은 정보를 구하기가 어려워 장거리 여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슐랭에서는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녀야 타이어를 빨리 바꿀 수 있으므로 타이어 가는 법 같은 자동차 관리 방법과 중요한 편의 시설 정보를 담은 책자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 책은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용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고 차를 수리하고 머무를 곳이나 먹을 장소를 찾고, 편지를 부치거나 전신이나 전화로 연락하는 데에 유용하다.” 「미슐랭 가이드」 초판은 이렇게 시작할 정도로 음식 비평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스토랑은 평가 대상도 아니었고 대신 호텔을 숙박 요금에 따라 별 하나, 별 둘, 별 셋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프랑스답게 사람들은 호텔보다 레스토랑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1962년부터 음식이 맛있는 호텔에 별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3년에는 영어 사원이 아닌 전문 심사원이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본격적인 레스토랑 별점 비평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미슐랭 가이드」는 훈련받은 심사위원들이 1년 동안 800곳이 넘는 레스토랑을 방문해서 보고서를 쓰고, 이 보고서를 다른 심사원들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별점을 결정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 별 2개는 그 지역을 방문한다면 가 볼 만한 식당, 별 3개는 오직 요리를 맛보기 위해 그 지역을 방문해도 아깝지 않을 식당을 의미한다. 비싸고 근사한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음식만 맛있다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별 3개 레스토랑은 선정되는 즉시 엄청난 명소가 되지만, 선정 확률이 0.3퍼센트일 정도로 심사가 까다롭다. 게다가 매년 재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별 등급이 떨어지거나 취소되기도 한다. 이렇게 레스토랑에 별을 붙이는 잡지를 「레드 가이드」라고 하고, 관광지에 별을 붙이는 잡지를 「그린 가이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 「그린 가이드」, 2017년 「레드 가이드」 서울 편이 발행되었다. 별 3개를 받은 라연과 가온을 포함해 총 24곳이 별을 받았다. 또 35,000원 이하의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인 ‘빕 구르망’도 발표했는데, 개성 만두 궁과 이문 설렁탕 등이 선정되었다..
여기까지 보면 「미슐랭 가이드」가 레스토랑 평가의 절대 기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에서 만든 음식 가이드라, 프랑스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레스토랑 위주로 선정되는 한계가 있다. 프랑스 음식과 교류가 활발한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226곳이 별을 받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교와 세련미만 중시한다는 비판도 있어서 요리사가 등록을 거부하거나 별을 자진 반납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슐랭 가이드」 대신 지역 자체 레스토랑 가이드가 더 인기인 지역도 많다. 우리 동네 맛집은 우리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말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진짜 가치는 음식 비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음식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고 평가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 비평 문화 덕분에 투박했던 프랑스 요리는 갈수록 예술성을 더하게 되었고, 음식이 중요한 대화 주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그 자체가 관광 명소가 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잊히는 요리와 음식 재료가 다시 주목받는 일도 늘어났다. 이렇게 좋은 변화가 이어지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음식 비평 문화를 받아들여,, 미국의 「자갓 서베이(Zagot Survey」나 우리나라의 「블루리본 서베이(Blue Ribbon Survey)」 같은 다양한 음식 비평 매체가 등장했다. 「미슐랭 가이드」 자체가 아니라, 음식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야말로 프랑스 음식 문화의 진정한 비밀이었던 셈이다.
출처: 10대와 통하는 음식 이야기(박성규)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에 효과적인 식품 뭐가 있을까? (0) | 2022.12.18 |
---|---|
셀레늄이 가득한 브로콜리의 효능 (0) | 2022.12.18 |
카사노바가 즐겨 먹은 최고의 정력제, 굴 (0) | 2022.12.17 |
가지의 효능 (0) | 2022.12.17 |
감기 예방에 좋은 성분 (0) | 2022.12.17 |
댓글